작성일
2010.08.30
수정일
2010.08.30
작성자
김봉섭
조회수
1351

집 살 때 따져봐야 할 8가지 포인트

집 살 때 따져봐야 할 8가지 포인트

[머니투데이 이건희 재테크 칼럼리스트][이건희의 행복투자]

“전세 만기일이 다가와 집을 알아보던 중, 살기 좋은 곳의 아파트 매물이 괜찮은 가격에 나왔기에 아예 구입할까 해서, 언니에게 상담을 했는데, "오래된 아파트 살 생각 말고 분양이나 신규 아파트 알아봐" 라는 거예요. 제가 알아본 곳은 서울이구요, 지하철역 3분 거리,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500세대 정도의 31평형 아파트입니다. 금액은 00 이구요. 요즘 분양하는 곳은 24평도 그 가격이 넘잖아요.

서울은 재개발이 대부분이라서 일반분양으로 잡으면 아무래도 층도 별로 안 좋은 곳이 많더군요. 제가 알아본 곳 근처에서 지은 지 4년 된 대단지 아파트를 알아봤더니 거기는 24평이 위와 같은 가격에 급매랍니다. 제 생각에는 오래 됐어도 24평보다는 31평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위치 면에서도 떨어지는 것 없고요.) 지은 지 17~18년 정도 된 31평 아파트보다 3년 된 24평형이 더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파트를 구입하려 할 때 여러 아파트를 비교하다 보면, 이와 같은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생겨난다. 오래된 아파트를 사면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래된 아파트와 최근에 지은 아파트 사이의 차이점을 우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1. 면적상 : 안목치수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할 때 오래 전에는 벽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계산했다. 벽의 두께는 거주하는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전용면적 및 평형의 수치 계산에는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1998년 10월에 전용면적 산출에 안목치수를 적용하도록 법제화됐다. 안목치수라 함은 눈으로 보이는 벽체 안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안목치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와 그 이후에 안목치수로 지어진 아파트는, 평형이 수치상으로는 똑같아도 실제 사용 면적이 작게는 1평에서 크게는 5평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국민주택규모 30평대 아파트라면 약 2.5평 정도 차이난다.

요즘의 24평형 아파트에서 전용면적이 18평이라면, 안목치수 도입하기 전 과거 아파트로 치면 전용면적이 20평 정도에 해당한다. 지은 지 오래 돼서 면적상 안목치수를 사용하지 않은 아파트는 안목치수를 사용한 아파트에 비해 같은 평형당 가격 할인 요소가 있는 것이다.

2. 구조상 : 3-bay

과거 1990년대 이전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2-bay 구조였다. 남향 아파트라면, 남쪽으로 거실과 안방만 위치해 있었다. 요즘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흔히 3-bay 구조로 짓는다. 즉 남쪽으로 거실, 안방 및 중간방 하나가 더 위치한다. 따라서 좀 더 채광이 잘 되고 밝은 느낌을 주어서 사람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여준다.

다만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라고 다 3-bay는 아니고 2-bay도 꽤 있으니 아파트마다 실제 구조가 어떠한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구조상 3-bay는 2-bay에 비해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할증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 화장실 개수

과거 1990년대 이전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화장실이 한 개였다. 서울의 비싼 동네에서 유명한 아파트로 40평에 가까운 아파트가 방이 4개인데 화장실은 한 개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근래 들어서는 30평대 아파트에는 화장실이 으레 두 개이고, 20평대 아파트에도 화장실이 두개인 경우가 많다. 방이 2개이면서 화장실을 두 개 배치한 아파트도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샤워도 자주하고, 화장실 / 욕실의 사용 빈도수가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서 화장실 / 욕실이 2개일수록 가족들의 생활이 더 편리하다고 느낀다.

다만, 화장실이 늘어나는 만큼 방의 면적이 줄어들게 될 터인데, 오래된 아파트와 비교할 때는 안목치수 사용으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는 실제 사용 면적이 화장실로 전이된 것으로 보아도 된다.

4. 드레싱룸

오래된 아파트에는 중대형 평형이라도 드레싱룸이 거의 없다. 근래 아파트에는 안방과 화장실 사이에 드레싱룸이 흔히 있어서 옷을 갈아입거나 허접한 것들을 놓아두는 목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연예인들은 아예 일반 방 하나를 완전히 드레싱룸으로 쓰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경제수준이 올라가면서 보유하는 옷이 늘어나 옷을 두는 별도 공간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방안에 두는 옷장이 줄어들면 방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드레싱룸 또한 선진국형 공간이라 하겠다.

5. 발코니

1990년대 이전의 아파트들에 비해 최근 아파트들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면적에 해당하는 발코니 면적이 훨씬 더 넓다. 흔히 수평 이상이 차이 난다. 1990년대 이전에는 발코니가 거실 앞과 일부 방이나 부엌 뒤에만 있는 아파트가 많았는데, 근래 지어진 아파트들은 전면과 후면 대부분이 발코니로 돼 있는 구조가 많다.

발코니 면적은 분양면적, 전용면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실제 집안에서 사용하는 면적이라서 현실적으로는 전용의 의미를 가진다. 발코니의 일부는 아예 확장해 거실이나 방으로 흡수하는 집들도 많다. 그러면 실제 전용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안목치수 이전에 지어진 31평형 아파트로서 전용면적 25평, 발코니 면적 4평인 아파트와 안목치수로 지어진 24평형 아파트로서 전용면적 18평, 발코니면적 8평인 아파트를 비교하면 전자와 후자의 실제 면적이 비슷하다. 후자에서 전용면적을 안목치수 이전으로 환산하고 발코니의 절반을 확장한다고 가정하면, 두 아파트는 실사용 전용면적과 실사용 발코니면적이 똑같아지는 셈이다.

6. 지하주차장 여부

1990년대 이전의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없이 옥외 주차장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구나 서초구의 비싼 아파트들 중에도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를 보면 지하 주차장이 없는 곳이 많다. 목동 신시가지의 아파트들도 지하 주차장이 없다. 요즘은 어느 집이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로서 차가 두 대인 집들도 있어서 주차장도 집 선택 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옥외 주차장만 있으면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서 이중 삼중으로 주차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아파트도 있다. 또한 옥외에 차를 세워두면 산성비, 산성눈에 차가 빨리 삭고 밤새 눈 맞은 차로 출근하려면 눈을 치워야하는 등 불편한 점들이 있다. 물론 과거 아파트이건, 최근 아파트이건 주차장 상황은 아파트마다 다르므로 개별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7. 감가상각

건물이 오래될수록 감가상각이 돼서 건물가치가 내려간다. 수명이 다하면 언젠가는 허물고 다시 지어야한다. 다만 최근까지도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 단계로 넘어갈 때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부에서 용적률을 높여주면서 대지 평당 많은 평수의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제도에 의해 생겨나는 사적인 이익을 어떤 식으로 환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을 바라보면서 그에 따라 별도로 고려해야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는 용적률이 증가하지 않는 한, 내 돈 내고 내 건물을 내가 짓는 것처럼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똑같은 식으로 다시 짓는다면 이득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물론 건자재 가격 상승, 전반적인 물가 상승, 시간에 따른 부동산가격 자체의 상승효과가 있겠지만 아예 빈 땅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느냐,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느냐에 있어서 들어가는 건축비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독주택은 오래되면 주택가격이 대지 가격에 수렴해간다. 만약 건물 값이 5억원인 건물의 수명이 50년이라면, 감가상각을 정액법으로 가정할 경우 매년 1000만원씩 건물가격이 줄어드는 것이다.

단독주택의 경우와 달리 아파트는 오래 되면 결국 대지가격에 수렴해간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별로 없다. 그러나 근래에 재건축하는 아파트는 흔히 용적률을 최대 한도로 높여서 짓기 때문에 먼 훗날 허물고 다시 지을 때 더 이상 건축면적을 늘리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용적률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대지가격에 수렴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지가격 자체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미리 예단할 수 없다.

8. 유지보수비용

아파트가 오래돼 갈수록 건물과 아파트단지에 대한 유지 및 보수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낡은 파이프를 교체하거나 건물 도색을 새로 하는 등 모든 비용을 소유주가 부담해야 하므로 추가의 고려요소가 된다. 돈 들어간다고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물이 빨리 낡고 단지가 흉물스러워지므로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똑같이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도 직접 가서 살펴보면, 어떤 아파트 단지가 더 잘 관리돼 왔는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모두 합하면, 오래된 아파트와 근래 지어진 아파트 사이에 같은 평형이라도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차이가 현실적인 차이점을 충분히 다 반영한 것인지, 또는 과도한 차이인지는 아파트마다 개별적으로 비교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때로는 과도하게 차이나는 아파트들도 있고, 오히려 그와는 반대인 아파트들도 있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 바라볼 때 오래된 아파트의 정상적인 할인 요소보다 훨씬 과도하게 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가격대비 저평가 아파트로서 선택하기 좋을 것이다. 또는 오래된 아파트로서 근래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실제 주거가치가 많이 낮은 데에도 불구하고, 특정 동네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고가에 거래되는 아파트는 동네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고평가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시장 자체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아파트가 지어지면 몇 년 뒤까지 가격이 계속 올라 최고 가격을 형성하고, 그 뒤로는 가격이 내린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충분히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도 재산상 이득을 위해 재건축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많았고, 제대로 지은 아파트라면 실제 아파트 수명은 수십 년 이상 상당히 길다.

우리나라 주택 구조체의 수명은 미국(103년), 프랑스(86년), 독일(79년) 등에 비해 턱없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물은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수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보완해 가면서 충분히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을 때 일시적인 경제효과는 있지만, 환경문제가 생겨나고 자원과 에너지의 소모가 늘어나므로 국가적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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